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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담장

by 1004들꽃 2016. 6. 9.

담장


꽃길을 걸으면
살랑 부는 바람에 실려 오는
꽃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산길을 걸으면
푸른 소나무를 스쳐서 오는
솔바람에 젖을 수 있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닷가에 서면
푸른 파도에 실려 오는
물고기들의 사랑노래를 들을 수 있다
문득 길을 걷다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먼 하늘의 흰구름을 쳐다보며
귀를 기울여 보라
그래도 들리지 않으면
햇살 가득 받은 담장을 찾아
바람이 스쳐간 흔적에 귀를 기울여 보라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누군가 슬쩍 흘리고 간 이야기을 들을 수 있다
담장에 기대어
잠이 들어본 사람은 안다
담장을 넘지 않아도
먼 하늘의 흰구름을 쳐다보며
그냥 살아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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