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의령읍 중동리 충익사 기념관에서
정암진 전투도를 보고
의병박물관을 지나
의령읍 중동리 수월사를 지나고
의령읍 중동리 고분군을 지나
저 멀리 동동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 꼭대기에 서면
저 멀리 정암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향긋한 피냄새가 실려와
온 몸을 휘감아 돌고
가슴을 팽팽하게 늘이며 숨을 들이마시면
아우성치는 피의 흐느낌이
몸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오는 것 같다
누구의 피가 진했는지
누구의 아우성이 강했는지 알 수도 없는데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기만 했을 사람들
피도 아우성도 모두 사라진 지금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누구의 아버지고 누구의 아들이었을 사람들의
피의 아우성이 등을 떠미는 것 같아
별로 상쾌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