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일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태어나는 것도 처음이고
학교를 가는 것도
그녀를 만난 것도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그런데도 늙어가는 일은
마치 익숙해야 하는 것처럼
누구도 기뻐해 주지 않고
누구에게 물어볼 틈도 없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조차
낯선 얼굴이 되어있다
낯선 길에 들어섰던 일을 기억해보라
두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길이
돌아올 때는 얼마나 금방 돌아왔는지를
하루가 길게 느껴졌지만
어제는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늙어가는 일도 무섭고 불안하다
노인은 모든 것에 익숙할 것 같아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늙어가는 일이란
처음 겪는 일이지만
낯익은 듯 살아가는 일이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