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멀어져 가는 산들은
희미해져 가고
희미해진 산 위 뭉게구름
내 얼굴 되었다가
그녀 얼굴 되었다가
웃다가 울다가
화를 내기도 한다
나뭇잎은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고
철 이른 고추잠자리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꼬리를 맞대고 비틀비틀
허공에서 위태롭다
자연은 제각각 계절을 보내고
끊임없이 가고 오고 할 것이다
아무리 잡고 싶어도 지나갈 것이고
못 견딜 것 같았던 시간도 지나갈 것이다
지나가서도 흉터로 남은 계절은
차라리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다가오면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뭉게구름 한가롭게 떠 있는
어느 여름날 오후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