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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하염없이 지나가는

by 1004들꽃 2023. 7. 9.

하염없이 지나가는


하는 일도 없는데
세월은 잘도 간다
세월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에는
세월이 그렇게 더디게 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은
계산도 없이 지나가 버린다
직장에서는 전화 받는다고 분주하겠지만
아무도 없는 산은 적막강산이다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오지 않는 전화기는
사진 찍고 일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하염없이 지나가는 나날을
기억도 하지 못하는데
나보다 더 나를 기억하는 전화기는
오늘도 나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는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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