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하루를 또 어떻게 견디나
무더위는 가기는 하는 것일까
모든 우려를 거두어가고
가을은 문득 다가와 있었다
매미 울음의 끝자락에
가을은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매미 소리에서 귀뚜라미 소리로 넘어가는 계절에
문득 아쉬움 마저 드는 것은 웬일인지
그래서 가을을 쓸쓸한 계절이라고 했나
젊은 날에는 칼처럼 내리꽂히는 열기를 열정으로 받아들였다
열정과 열정이 모여 불바다가 되어도 좋았다
이젠 견딜 수 있는 힘이 없어
차라리 겨울이 좋다
아무 이유 없이 나라를 팔아 먹어도
방문을 닫고 있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될수록
방문은 더욱 닫아거는데
겨울은 소리 없이 깊어만 간다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펴고
방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하늘이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러보자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도
어느새 지나가고야 말 것이다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견뎌내면 가을이 온다
가을을 기대하지 않아도
가을은 기어이 오고야 말 것이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