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홑이불도 거추장스러워 걷어차 버렸다
어느 날 문득 새벽공기에 이불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바뀔 것 같지 않던 계절도
시절 앞에서는 당할 수 없다
수많은 계절을 견디고 지내왔지만
또다시 여름이 오고
또다시 겨울이 오면
그 해가 어느 해보다 덥고 춥다
지나가면 잊어버리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잊지 않고서야 어찌
수없이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
부부싸움을 하고서도
시간이 지나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망각해버리는 것처럼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폭염의 기억도
가을바람에 희미해져 간다
다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망각했다 할지라도
새벽 공기에 이불을 끌어 당기듯
몸이 기억하는 기억으로 일어서야만 한다
가을바람에 기대어 누워 있으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한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