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가을바람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어느 기을날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
어깨를 토닥이며 가볍게 지나간다
무슨 내용인지 알 필요가 없어서 홀가분하다
한 때, 모르면 바보처럼 고립되었지만
이제 들려오는 소리도
먼지 털듯 털어버리는 편안함에 이르렀다
듣지 않아도 되지만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게 더욱 매력적이다
이 편안함을 지켜내기 위해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할까
도란도란 지나가는 젊은 소리가
문득 귓가를 스친다
몸이 아픈 것은 걱정되지 않는데
산에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는
요즈음 보기 드문 젊은이들의 발랄함이
새벽기도 시간에 울리는 죽비소리로 들려온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