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어느샌가 마음 한구석을 차지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내 몸의 주인 행세를 한다
차 한잔 하자는 소리는
당연히 커피 한잔으로 들린다
가을이 깊어 가는 계절이면
창밖 나뭇가지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나뭇잎을 세며
짙은 커피향에 젖어든다
생각이 없는 시간은 없겠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시험 기간에 잠을 쫓기 위해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창밖 나뭇잎을 세면서도
몇 장을 세었는지 모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산에 올라 흐르는 땀을 씻으며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가
어느 순간 내가 되어버린 그녀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은
내가 그녀가 되는 시간이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