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스스로 인간임을 인식했을 때부터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맞이하기를 기대하면서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일상을 보내면서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 적이 있는가. 현실을 거부하고 이상의 세계를 좇아 허우적댄 적이 있는가. 모두가 그런 상황을 겪었으며 현재 겪고 있을 것이며 미레에도 그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일상들은 모두가 그저 정상적인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생은 어쩌면 단 한 번의 기회에 의하여 미래가 거의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은 이미흔이다.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왠지 친근함마저 느꼈다. 그림 속의 여인 같았고, 그저 거리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도입부분에서 남편의 외도가 드러나면서 결정적인 소스가 던져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파경이라는 미래가 암시되어 버린다. 지독하게도 미래가 암시되어지는 줄거리. 목마와 숙녀의 한 대목에서 읽을 수 있는 삶의 통속함으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雜誌의 表紙처럼 通俗하거늘/ 恨歎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진실이라는 것과 비밀 그리고 거짓말 그 각각의 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분명하게 선을 그어 놓고 있는지. 아니면 진실과 거짓말의 위치를 바꾸어 놓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그 모든 것을 비밀이라는 얄팍한 탈을 씌워 웃음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이유에서든 비밀이라는 포장이 벗겨지고 진실과 거짓말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이다.
소설은 남녀관계를 통하여 묘사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말한 마디로 돌아서는 많은 상황들을 지켜봐 왔다. 지금도 그러한 상황들이 만들어 지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러한 상황은 일어날 것이며, 그저 평온하게 일어나고 일어났던 현재와 과거의 상황들이 미래에 일어날 불씨를 내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보편적인 삶으로서 우리는 진실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한 걸음 나서면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지만 애써 외면하고야 만다. 두려움 때문에 돌아볼 수도 없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하여 울타리 속에서 발악하고 있는 모습을 얼마나 보아왔던가. 애석하게도 혈관이 터져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진실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힌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감에 있어 그 울타리의 두께는 너무도 두껍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포기하지 못한다. 금방이라도 깨어져 버릴지 모르는 현실이 너무도 가까이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며 그로써 생에 꼭 하루뿐일 아주 특별한 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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