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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무와 인간

by 1004들꽃 2008. 5. 28.

나무와 인간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모르고 살아가다가 외부의 충격에 의하여 자신의 위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함부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실현 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기위한 몸짓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싫어 산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고 말문을 닫아버린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도 이기주의에 빠진 사람일 수밖에 없다. 삶은 어떻게든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삶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고 나에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하여야 할 것이며 따라서 해결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살아가는 그 자체로서 항상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 갈등은 해결되기 위하여 갈등간의 조율이 일어날 것이고 세월 속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소될 것이며(최소한 해결된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갈등을 만나기 위해 삶은 끊임없는 행로에 놓여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 행복의 실체를 붙잡기 위해 타협하기도 하고 갈등관계에 놓이게도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내가 아닌 나에 의하여 일어난다는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갈등의 연결고리에 두고자 하는 것도 자신이다. 금방 돌아설 수 없음이다. 돌아선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에서 스쳐왔던 많은 사건들 중에서 하나를 지워버리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지울 수도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저 골방의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을 뿐이다.
  자연은 변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을 스스로 해소한다. 태풍으로 부러진 가지는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썩어서 식물들의 거름이 되고 여름동안 무성했던 나뭇잎들도 스스로 썩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식물들에게 거름이 되어준다. 오래된 나무는 고목이 되어 없어지고 새로운 나무는 비와 바람과 밤과 낮을 경험하며 살아남거나 죽는다. 뿌리를 잘못 내려 좁은 공간에 많은 나무가 자라더라도 그들은 서로 뒤엉켜 자신의 가지 사이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뻗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 모든 것들이 누군가가 시킨 것도 아니며 그저 자연환경의 변화 속에서 말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집을 짓고 자신의 소유인 토지 주변으로 담을 친다. 내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접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는 것도 두 사람이 부부이니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는 묵시적인 경고인 것이다. 이토록 나무의 삶과 인간의 삶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나무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한계상황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쏟아져 나오는 범죄 소식들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치부하기엔 알맞지 않는 많은 범죄가 있다. 어쩌면 과도한 소유욕에서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 아이만 잘되기를 바라는 치맛바람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을 위하여 국민들을 볼모로 하여 다른 정당을 비방하는 모습, 가장 순수해야할 문학단체간의 자리싸움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이해되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인간은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 많겠지만 자연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 또한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을 들추어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데 밑거름으로 사용한다면 세상은 그렇게 혼란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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