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삶
살아가면서 바쁜 일이 닥칠 때는 그 순간을 어떻게 벗어나야 되는지에 정신을 집중한다.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본능일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본능적으로 일상에서 기쁘고 즐거운 일 등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게 되었으면 이상적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삶의 묘미로써 다가온다. 어쩌면 많은 불행한 일들 중에서 가끔씩 다가오는 즐거운 일들로 인하여 상했던 기분이 치유되는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될 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즉, 살아가는 이유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미처 쳐다볼 사이 없이 지나쳐 버린 일들이 한가한 순간을 통하여 자신에게로 다가온다. 이 순간들을 알뜰하게 사용하지 않을 때 삶의 공백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두었던 일들도 삶의 어느 순간에 들이닥친 한가함에 밀려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린 “이 일이 끝나면 꼭 해야지”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일이 끝나고 나면 쉬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자극되어 나태해지기 시작한다. 끝없는 나태의 구덩이로 추락하게 된다.
항상 쫓기듯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바쁠 때와 바쁘지 않을 때 각각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계획해 놓았다면 시간을 보다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습하지도 못할 정도로 일을 벌려 놓고 끝내 자폭하고 마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확신이 서지 않으면 일을 벌이지 못하는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이를 적절하게 조합한다면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저녁밥맛이 좋을 정도라면 가장 행복한 생활이 아닐까. 이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항상 준비하는 상활에서 비롯된다. 준비를 게을리 한 사람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황하게 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난감해진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항상 마감시간에 쫓기어 원고를 마감하고 몇 번의 독촉이 있고난 후에야 겨우 원고를 제출한다든지 항상 막차를 타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일의 순서를 잘못 정하였거나 준비된 생활 습관을 기르지 못한 다분히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껏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지 못할 뿐 사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나에게 처한 현실을 가장 신중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매끄럽게 엮어가는 것이며 미래 또한 예측가능하다. 그것은 과거에 준비했던 생활이 현재에 적용이 되고 현재에서 준비한 것이 미래에서 적용된다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삶이란 단순히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털어 입체적인 공간 속에 얽혀 가장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복권을 구입하여 일주일 동안 행복감에 젖어있듯이 막연하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생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며 아무것도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 운명마저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