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용서하는 날까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자 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무슨 격식이 있단 말인가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살다보면 더러운 꼴도 숱하게 볼 것이고
차마 부끄러워 입에 담지 못할 일도 하는 것인데
눈 감고 슬쩍 지나가는 것도 살아가는 것 아니겠나
하늘은 맑고 흰구름 두둥실 떠가는 오후
날씨는 왜 그렇게 추운지 어깨조차 펼 수 없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하는 나는
추위에 떨며 온몸을 뒤흔들어야만 했다
먹을 것도 없는데 배는 왜 이렇게 고픈지
한 끼 밥을 해결하기 위해 비굴해진 다리를 끌고
배고픔이 끝나는 날까지 길을 걸어야 한다
얼마나 더 걸어야 끝이 보일까
길이 끝나는 날까지 얼마나 더 비굴해져야 하는 걸까
용서하지 못하는 나를 용서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