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흰구름
산허리에 가늘고 긴 흰구름 어설프게 걸려 있었다
지나가는 뭉게구름들이 자기네들끼리 속삭였다
“볼품없는 녀석이 산 풍경을 버리고 있잖아!”
그러면서 뭉게구름들은 바람을 타고 반대편 산등성이로 가 버렸다
흰구름은 뭉게구름들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듣고는
깜박 잠이 들었다
그사이에 동네 아이들이 그림도구를 가지고 몰려와
흰구름이 걸려있는 산 아래에서 그림을 그렸다
사내아이의 그림에는 저쪽 산 너머에 있는 구름이
회색빛 점으로 그려졌고
일곱 살 난 계집아이의 그림에는
산허리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길고 가는 흰구름이 멋있게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의 흰구름은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탐스러운 뭉게구름이 저 만치서 이 광경을 보다가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던 얼굴은 산 너머에 버리고
온통 울룩불룩 회색빛으로 변하여
무서운 기세로 날아와
아이들의 그림에 소나기를 퍼부었다
빗소리에 잠이 깬 가늘고 긴 흰구름은
아이들의 머리위로 날아가 우산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의 그림 속에 가늘고 긴 흰구름이 내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