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집이다. 본명(세례명)이 클라우디아. 구름 수녀님이라고 불린다. 암 투병중이면서도 맑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종교적 힘으로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겪어온 일상들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비친다. 김수환 추기경 님이 수녀도 항암치료를 하나? 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하니 추기경 님이 “대단하다. 수녀!”라고 가장 인간적인 격려를 해 주었다는 참으로 인간적인 삶을 꾸밈없이 기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가을이 너무 익어 가을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다시 제자리로 이끌어주는 기도서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불쑥 들춰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욕심도 생길 것이고 질책하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 화가 날 때도 있을 것이다. 수녀도 사람이라 그런 마음이 생길 터이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다스려 나가는 모습들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배워야 할 덕목인 것 같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_일상의 나날들에 대하여 기록해 놓았고, 2장은 우정일기, 3장은 수도원 일기, 4장은 기도일기, 5장은 성서묵상 일기, 6장은 먼저 떠나간 분들에 대한 추모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6장의 추모일기는 다음과 같다.
- 5월의 러브레터가 되어 떠나신 피천득 선생님께
- 우리도 사랑의 바보가 되자!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에
- 하늘나라에서도 꼭 한 반 하자고? 김점선 화가 1주기에 부치는 편지
- 우리에게 봄이 된 영희에게, 장영희 1주기를 맞아
- 사랑으로 녹아 버린 눈사람처럼 김형모 선생님께
- 물처럼 바람처럼 법정 스님께
- 사랑의 눈물 속에 불러 보는 이름 이태석 신부 선종 100일 후에
- 많은 추억은 많이 울게 하네요! 박완서 선생님을 그리며
이 가을 들뜨지 않고 차분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낙엽 지는 나무 아래서 책을 읽으며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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