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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완득이/김려령

by 1004들꽃 2011. 11. 5.

완득이/김려령

 

이야기는 교회에서 자신의 선생님인 똥주를 죽여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똥주는 완득이에 대하여 사사건건 간섭하지만 사실은 담임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베트남 여자인 어머니는 완득이가 젖을 떼자 떠났다. 다른 여자들과 춤을 추는 것이 직업인 아버지가 미웠던 것이다. 그것도 못사는 자기 나라의 고향을 떠나 잘 사는 다른 나라에 와서 못사는 사람과 결혼하여 못살아가는 상황에서 여자로서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남편이 싫었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이 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고 이 시대의 교육, 그리고 청소년들의 사춘기를 넘기는 과정들이 마치 현실처럼 다가온다. 고등학교 1학년이 겪어나가기에는 버거운 세상 앞에서 키가 작다는 것 때문에 난장이로 놀림당하는 아버지와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되어 같이 살고 있는 말더듬이 삼촌, 그리고 집을 떠나버리고 없는 베트남 사람인 어머니는 떨쳐버릴 수 없는 현실이다.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완득이는 스스로 체득한 경험으로 요리도 할 줄 알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살림을 살아가기도 한다.

 

완득이는 숨어 버리고 싶지만 숨을 수도 없는 아주 평범한 우리 주변의 성장해가는 청소년 중의 하나다. 그런 완득이에게 똥주는 다정하게 다가가는 담임으로서가 아니라 동네 형님같다. 그래서 내칠 수도 없고 가까이 다가가자니 죽이고 싶도록 밉지만 어쩐지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똥주를 통해서 완득은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렇게 열여덟 살이 된 완득이의 가족관계는 다시 이어진다.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잡고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영화 한 편 보고 나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사회가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이야기들을 제시하고 있다. 생각 없이 지내다가 문득 발목을 잡는 이야기들이 있다.

 

결혼으로 이주해온 여성들이 다 고달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들은 썩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말과 문화가 다를 뿐이지 않은가. 어떻게 해서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따뜻하게 품어주어야 한다. 그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늘 공장이나 식당 잡부의 자리라는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는 나는 먼 산만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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