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63
- 어떤 기다림
계절이 겨울 속으로
깊숙이 들어앉은 어느 날
뽑다만 풀들이
차가운 흙을 덮고 있습니다
나뭇잎도 잔디도 색깔이 바랜 겨울날
파랗게 질린 풀들이 측은해 보입니다
같은 색깔로 같은 계절을 지내는 것은
어울려 보인다지만
혼자만 다른 색깔로 있는 것은
고독해 보입니다
푸른 잎사귀가 돋아
모두 함께 어울리는 봄날을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언젠가 기지개를 펴고
환한 봄 햇살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겨울바람을 견디고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