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64
- 기다림에 대하여
찾아갈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는 사람도
돌아갈 수 있는 그리움이
마음 한구석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이다
기다림에 익숙해진 사람은
기다림이 없어지는 날을 위하여
고독과 친해질 수 있어야 한다
어둠이 온몸을 옥죄는 시간과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과
누구에게도 말을 걸 수 없는 혼자인 시간과
그리움이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날에도 견딜 수 있는
든든한 심장을 가져야 한다
쓸데없이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하여
내 속에 있는 눈물을 비워야 하고
쓸데없이 그리워하지 않기 위하여
내 머리 속의 생각도 비워야 한다
오로지 혼자가 될 수 있는 날을 위하여
모두 버리고 모두 잊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