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61
- 수도원에 비가 내리고
비 내리는 오후
하늘 가까운 곳에서
산안개가 뿜어져 나오면
회색빛 하늘엔 고요가 맴돈다
산중턱에 비바람 치면
허연 배를 드러낸
나뭇잎들의 아우성
아무도 듣는 이 없는
속세의 삶을 이야기한다
빗물에 젖은 꽃향기
말없이 녹아내리고
젖은 입술처럼 붉은 꽃잎도
하얗게 눈물 흘리며
서글픈 생을 이야기한다
말없는 미소와
소리 없는 하얀 발걸음
잃어버린 것도 없고
잊어버린 것도 없는
그리고 찾을 것도 없는
그저,
있음으로써 전부인
흐릿한 산의 형상을 닮은
비오는 날 수도원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