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나는 어디든지 간다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산너머 바람이 불어오면
귀를 세우고
바람을 따라서 간다
지나온 세월들이
단단히 박여있는 발바닥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말을 하고 싶으나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먹고 싶지 않은 먹이를
먹어야만 한다
꼬리를 많이 흔들수록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함부로 짖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기분 좋아 짖는다고
위장할 때도 있지만
곧 외로운 방에 갇히곤 한다
어디든지 갈 수 있었을 때가
그리워진다
바람에 귀 기울일 수 없는
아파트에서
주인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개생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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