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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피의 온기

by 1004들꽃 2018. 10. 7.



피의 온기


늙어가는 것은 서럽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서러운데
주름살에 흰머리까지 보태주니
더 서럽고 서러운 것이다
요양원 봉사활동을 갔다가
사람이 그리워 내미는 손
종이같이 얇아진 손등을 보며
화들짝 놀라 뒷걸음치는
내가 부끄러워
식은땀을 흘렸다
해코지를 할 것도 아닌데
손을 잡으면 나도 같이
늙어질까 두려웠던 것일까
술을 마시는 아버지의 손등도
종이처럼 얇아져 가는데
나는 마음이 얇아져 간다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를 보고
아직도 아빠라고 부르는 녀석들은
얇아져버린 내 손을 잡아주기는 할까
요양원 문을 나서며 잡은
할머니들의 손은 따뜻했다
얇아진 손등에서 전해져오는
따뜻한 피의 온기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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