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가을풍경·1

by 1004들꽃 2022. 10. 23.

가을풍경·1

 

 

단풍 구름, 그 사이에 햇살 가득하고

먼 산도 선명하게 하는

가을 햇살 한 줌 내 품에 녹아들어

내 몸에서도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산에서는

조각배처럼 떠다니는 흰색 빨강색 파란색

울긋불긋 저마다 색깔을 뽐내고 다니는,

사람들이 단풍이다

나무보다 산보다 사람이 아름다워지는 계절

지나가면 다시는 만날 수 없어

나는 스스로 가을이 되기로 한다

가을풍경이 흘러가는 만큼

나도 가을로 흘러간다

생각 속의 가을은 아무도 손댈 수 없어

나만의 가을을 만들 수 있다

가을이 아무리 힘을 써봐도

단풍잎은 나보다 먼저 떨어지는데

언젠가 또 가을이 왔을 때

단풍잎보다 내가 먼저 떨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배우자를 잃는 슬픔에 비길 데 있겠어

나는 아내보다 한 사흘은 더 살아야겠다

슬픔 없이 고이 보내주고

나는 그만 스르르 잠이 들면 되니까

사흘 동안 울었으니 눈물도 없이

그냥 가을풍경이 되면 되니까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0) 2022.11.09
시를 쓰다  (0) 2022.10.25
약속  (1) 2022.10.04
가을 산행  (0) 2022.09.26
  (0) 202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