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1
단풍 구름, 그 사이에 햇살 가득하고
먼 산도 선명하게 하는
가을 햇살 한 줌 내 품에 녹아들어
내 몸에서도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산에서는
조각배처럼 떠다니는 흰색 빨강색 파란색
울긋불긋 저마다 색깔을 뽐내고 다니는,
사람들이 단풍이다
나무보다 산보다 사람이 아름다워지는 계절
지나가면 다시는 만날 수 없어
나는 스스로 가을이 되기로 한다
가을풍경이 흘러가는 만큼
나도 가을로 흘러간다
생각 속의 가을은 아무도 손댈 수 없어
나만의 가을을 만들 수 있다
가을이 아무리 힘을 써봐도
단풍잎은 나보다 먼저 떨어지는데
언젠가 또 가을이 왔을 때
단풍잎보다 내가 먼저 떨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배우자를 잃는 슬픔에 비길 데 있겠어
나는 아내보다 한 사흘은 더 살아야겠다
슬픔 없이 고이 보내주고
나는 그만 스르르 잠이 들면 되니까
사흘 동안 울었으니 눈물도 없이
그냥 가을풍경이 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