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누구보다도 깨끗하게 살아 왔다고
나는 나를 인정할 수 있겠지만
남이 보는 나는 정 반대일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표내지 않기 위해서 꾹꾹 눌러 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치부를 드러내는 말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당당하게 살아왔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매기는 기준일 뿐
내가 없는 곳에서는 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수군대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귀가 먹고
눈이 멀어지는 것은
남의 흉을 듣지도 보지도 말라는 것이겠지만
사실은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이 없어져서
모르는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싫고
만나기 꺼려지는 것은
나이 든 자신도 젊었을 때 겪었던 일일 것이다
인생은 참으로 공평해서
주는 대로 받는 것이니 불평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지은 죄를 내가 받는 것이다
나이 든 것이 죄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어도
나이 든 그 자체로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