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약속을 지킬 용기가 없어
약속을 하지 못한다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제시간에 가지 못할 일이 생길까 싶어
평생 약속 한 번 하지 못하고
혼자서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항상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서 있으면
그들 중의 한 사람처럼 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빈 길에 서 있으면 뜬금없어지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피아노 소리가 더 좋다
해석하지 않아도
반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긴 악보를 어떻게 다 외워서 치는 것일까가 궁금할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숨을 쉬는 일은 나도 할 수 있는데
이것도 내 몸을 살리기 위한 약속이라면
나도 평생 지켜야 하는 약속 하나는 만든 샘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약속을 확인하고
하루를 마치고 약속을 확인하면서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