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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약속

by 1004들꽃 2022. 10. 4.

약속

 

 

약속을 지킬 용기가 없어

약속을 하지 못한다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제시간에 가지 못할 일이 생길까 싶어

평생 약속 한 번 하지 못하고

혼자서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항상 고민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서 있으면

그들 중의 한 사람처럼 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빈 길에 서 있으면 뜬금없어지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피아노 소리가 더 좋다

해석하지 않아도

반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긴 악보를 어떻게 다 외워서 치는 것일까가 궁금할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숨을 쉬는 일은 나도 할 수 있는데

이것도 내 몸을 살리기 위한 약속이라면

나도 평생 지켜야 하는 약속 하나는 만든 샘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약속을 확인하고

하루를 마치고 약속을 확인하면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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