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
물에서 막 건져낸 듯
축축한 공기에 싸여
후줄근했던 나날 지나고
가을을 끌고 오는 태풍 한 줄기
땅바닥까지 축축 처져있던 하늘을 끌어올려
푸르게 푸르게 더 푸르게
산과 하늘의 무너졌던 경계가 복원된다
사람들은 다시 힘을 얻어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고
푸른 소나무산은 더 선명하게 푸르고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더 높게 푸르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도
푸른 물로 찰랑거리고
들판은 누렇게 벼 익는 냄새로 물결치며 풍요롭다
아직 푸른 나뭇잎
단풍으로 변해가는 나뭇잎
낙엽으로 물든 산길이 서로 어울리고
어디선가 바람 한 점 불어오면
나무들마다 쓸쓸 낙엽 흩날리는 소리를 낸다
한 해를 보내는 시간 속에는 이렇게
꽉 차기도 하지만
헐거워지는 것도 있다
가을에는 쓸쓸하기도 하지만
낙엽으로 가득 차고
기다림으로 풍족해진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내년이 되면 좀 더 젊어질까
다시 찾는 가을 산에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