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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가을 산행

by 1004들꽃 2022. 9. 26.

가을 산행

 

 

물에서 막 건져낸 듯

축축한 공기에 싸여

후줄근했던 나날 지나고

가을을 끌고 오는 태풍 한 줄기

땅바닥까지 축축 처져있던 하늘을 끌어올려

푸르게 푸르게 더 푸르게

산과 하늘의 무너졌던 경계가 복원된다

사람들은 다시 힘을 얻어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고

푸른 소나무산은 더 선명하게 푸르고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더 높게 푸르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도

푸른 물로 찰랑거리고

들판은 누렇게 벼 익는 냄새로 물결치며 풍요롭다

아직 푸른 나뭇잎

단풍으로 변해가는 나뭇잎

낙엽으로 물든 산길이 서로 어울리고

어디선가 바람 한 점 불어오면

나무들마다 쓸쓸 낙엽 흩날리는 소리를 낸다

한 해를 보내는 시간 속에는 이렇게

꽉 차기도 하지만

헐거워지는 것도 있다

가을에는 쓸쓸하기도 하지만

낙엽으로 가득 차고

기다림으로 풍족해진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내년이 되면 좀 더 젊어질까

다시 찾는 가을 산에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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