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가을장마가 계속되는 동안
8월이 가는 줄도 몰랐다
빗물에 초록을 씻어 버린 듯
개울에는 초록빛 물이 흐르고
나뭇가지는 어느새
색 바랜 잎을 떨구고 있다
휴가를 받아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았더니
턱밑에도 흰수염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을장마를 심하게 앓았던 걸까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느새 가버린 더위에 서운한 마음이 더해져서
턱밑이 더 초췌해 보이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시를 쓰면서도
서평으로 산산조각난 시를 보면
턱밑이 희끗해지도록 초췌해져 버린다
쉽게 살고 싶어도
쉽게 살아지지 않는 뭔가가 있기 때문일까
가을이 여물어가는 시절을 맞아
이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 익숙해지고
점점 혼자가 쉬워진다
옆집사람과 다투어 소송까지 가는 일을 보면서
좀 쉽게 살아가면 안 될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