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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모든 게 처음이다

by 1004들꽃 2021. 8. 16.

모든 게 처음이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다보니
자꾸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글을 쓸 줄 알게 되면서
많은 글자를 쓰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저절로 글자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던 아이가 집을 떠나버렸을 때
빈 공간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처음이다
매일 만나는 아침도 처음이고
매일 걷는 길도 처음이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그 시간의 것이 아닌데
모두 같은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사람도 직장도 취미도 반복되는 일이라 지겨워하지만
눈 몇 번 감았다 뜨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있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은 반복되는 것이 아님을 곳곳에서 증명하고 있다
매 순간이 처음이고 평생 처음을 맞이하며 살아간다
나이테를 불려가며 세월을 담아가는 나무처럼
모든 처음 때문에 지난날들이 있는 것이다
나무의 세월이 모두 나이테에 새겨지듯
사람의 몸에도 어린 시절과 사춘기 청년시절이 새겨져
지금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년 꽃이 피지만 작년의 꽃이 아니듯
매 순간 다가오는 시간 앞에서 새로운 편지를 쓰자
편지를 쓰는 그 시간은 살아가면서 처음 맞는 시간이다
까꿍을 백 번해도 까르르 웃는 아이처럼
나는 매일 태어난다
나는 매일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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