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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가을 저녁

by 1004들꽃 2021. 9. 25.

가을 저녁

 

 

가을 만해도 쓸쓸하기 그지없는데

가을 저녁이라니

밤이 여물기 전 스멀스멀 다가오는 어둠 앞에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초조

꼭 대문 밖 의자에 걸터앉아

행인들을 바라보는 노인 같다

노인의 초점 없는 눈동자는

먼 추억에 젖고

흘리고 싶지 않은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린다

가을에는 모두 이별하는 것이다

그리운 것들도 더는 오지 않고

기다림은 소용 없는 일이 되었다

오늘 저녁

떠나는 것은 떠나는대로

남아있는 것은 남아있는대로

지켜볼 참이다

혼자서 견뎌내는 일이 익숙해지도록

모두 떠나보내는 가을

지독하게 쓸쓸한 가을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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