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떠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나뭇잎은 본래 가지고 있던
색깔을 드러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색깔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있지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보지 않은 일도 있다
아이들이 크는 것만 알았고
내가 늙는다는 일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아이들을 지켜볼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커서 떠나버렸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란색으로 갈색으로
무수한 색깔을 지나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슨 색깔을 드러내고 있을까
빛을 받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색처럼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색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말 못하고 참기만 했던 세월 숨길 수 있는 색
나는 검은색이고 싶다
세상의 모든 색을 섞은 검은색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