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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흔적

2012.11.25(일) 합천 모산재

by 1004들꽃 2012. 11. 25.

장인어른 생신에 동서들이 다 모였다.

 마산, 부산, 용인에서 각각 각자의 차로 밀리는 도로를 뚫고 의령에 도착했다.

 저녁에 술로 시작하여 제법 얼큰하게 취했다. 취한 김에 나온 말.

 산에 가자.

 모두들 동의한다.

 술기운에 그랬는지 가고싶은 마음에 그랬는지 내가 위라서 할 수 없이 가자고 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음날 10시에 출발하자고 하니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그렇게 늦은 것이 아니다. 나의 복합적인 계산에는...

다음날 9시에 처갓집에 도착하니 아직도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

 나 때문에 모두 일어났다.

 그럭저럭 집에 있는 밥을 싸달라고 해서 10시 쯤에 출발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어디로갈까? 자굴산? 황매산? 지리산? 모산재? 모산재는 가 보지 않았단다.

 차는 모산재로 향한다.

그나저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별로 내키지 않는 얼굴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잠결에도 산에 가는 사람이니....

 모산재에 도착하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늘이 눈부시게 맑은 날이다.   

셋째, 네째. 나란히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옷과 신발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갓집에 있는 옷과 신을 급조하여 입고 신고 나온 것이다.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부처의 손 같지 않은가. 바위라는 것은 모두 보기 나름이다.

 그렇다고 보면 그런 것이고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보기로 한다.

모산재에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 연방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생긴 산은 처음 본다고. 망연자실 허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 오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바위 병풍을 배경으로 한 컷!

또 한 컷!

잠시 쉬면서 먼 산들을 본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을 왜 지어냈는가를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다.

 우리나라는 건물이 들어 선 몇 곳을 빼면 이렇게 모두 산이다.

 산과 나무와 바위와 흙.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이런 곳을 우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시의 삶은 살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

날씨만 춥지 않다면 이런 풍경에서 언제까지나 있고 싶은 것이다.

 

이곳은 여전히 "돗대바위"다.

그래 저 바위의 이름이 무슨 소용이랴?

저 모든 바위들도 제각각 이름을 가질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저 바위라는 이름일 뿐.

이렇게 찍으면 가까운 느낌

이렇게 찍으면 아득한 느낌.

아득하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을 아리게 한다.

햇살 아래에서 실눈을 뜨고 먼 닿지 않는 곳을 향해 쳐다보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오는 느낌.

그 아득함.

닿을 수 없어 미치도록 아련한 그런 기분.

그래서 아득하다는 말은 항상 나를 눈물겹게 한다.  

수백 년이나 되었을 소나무

 

영암사지의 쌍사자 석등.

저 엉덩이.

천왕봉 에페소드에 등장하는 엉덩이 만큼이나 요염하다.

 

금당터와 3층석탑의 모습.

금당과 석등, 석탑이 일렬로 늘어 선 모습.

그러나 주변을 잘 정비해 주었으며 좋겠다.

너무도 황량한 풍경이라 서글프다.

복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대로 이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숙취가 해소된 세 사람은 다시 의령을 향한다.

다음부터는 1박 2일로 의령에 올 때면 꼭 등산복과 등산화를 가지고 오기로 했다.

집에 앉아 할 일 없으면 또 대낮부터 술을 들이킬테니 산을 찾는 것이 더 좋은 일 아니겠는가?

모두 동의한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벼운 산을 발굴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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