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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흔적

2012. 7. 14 자굴산

by 1004들꽃 2012. 7. 14.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는 세월, 남부지방에 200mm 물폭탄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오지않고 맑아지려고 하는 날씨. 어떻게 해야하나, 지난밤 과음으로 온 몸이 찌푸둥한데 산에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선다.

자굴산 아랫동네에서 바라본 산은 안개? 혹은 운무에 싸여 있다. 저 곳에 들어가면 구름 속의 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난 비에 휩쓸려 물길이 만들어졌고 먼지가 쓸려 내려가 산길은 깨끗했다. 몸에 달라붙는 습기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한 주 동안 찌들어 있던 몸은 산을 온전하게 받아내지 못한다. 한발한발에 숨이 턱턱 막힌다.     

안개가 뿌옇게 산을 덮고 있는데 바람도 없고 사람도 없다. 산길을 걷는 사람은 생각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아예 딴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길가에 핀 꽃은 가쁜 발걸음을 잡는다. 사진을 찍는 시간동안 휴식이다.  

가시거리는 약 5m, 어디선가 짐승이 뛰어 나온다면 완전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다. 

안개에 싸인 자굴산.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잘 없다. 이렇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는 사람들이 산을 잘 찾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한 바람에도 안개는 흘러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개망초가 이곳 자굴산 정상까지 따라왔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멍하니 ....

절터샘에서는 지난 비 때문이지 물이 콸콸 쏟아진다.

다시 내려오는 길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산의 중턱에 안개는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정상 부근에는 희미하게 내려앉은 안개가 바람에 휩쓸려 다니고 바람 한 점 없는 중턱에서는 안개로 인해 캄캄하다. 

이런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안개에 싸여 주저앉고 싶었지만 다시 비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리고 내려가던 길을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흘러내리는 물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 아래로 아래로 나아간다. 사람들만이 위로 위로 나가려 한다. 위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어떨 때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몽환, 그 자체다. 이 몽환의 숲에서 몽환을 느낀다.
장맛비는 다시 시작되고 세상은 온통 장맛비에 젖는다. 사람들의 마음도 장맛비에 젖는다. 장맛비에 젖은 마음은 몽환의 세계에서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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