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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흔적

2011.4.9 지리산 천왕봉(1)

by 1004들꽃 2011. 4. 13.

다리가 말랑말랑하다는 느낌을 받고 산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로 갈까? 어쨌든 집을 나섰으니 어디론가 가야겠지요.김밥 1인분을 사서 베낭에 넣고 물 두 병을 사서 또 베낭에 넣었습니다. 차는 의령의 서쪽으로 향하고 대의까지는 무난하게 달렸는데 오른쪽으로 가느냐 왼쪽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온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지리산 쪽입니다. 천왕봉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집에서 9시에 출발하여 중산리에 도착하니 10시 10분이 되었습니다. 주차장에 차을 세우고 곧장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산리의 봄기운은 마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계절을 달리하면서 색깔을 달리하는 풍경들은 언제보아도 싱그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꽃은 피었건만 저쪽 계곡 건너에 있는 산은 아직도 회색빛으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유료 주차장에 도착하니 자연휴양림으로 왕복하는 버스가 막 떠나고 있었습니다. 헐레벌떡 차를 세우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던 탓에 버스에 올라 불전함(?)에 2,000원을 넣고  자리를 잡고 서 있으니 땀이 펑펑 쏟아져 나왔습니다. 급기야 버스 바닥에 땀이 툭툭 떨어졌습니다. 약 15분 정도 가니 휴양림 앞에 도착했습니다. 곧게 뻗은 길이 산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얼마를 걷다보니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천왕봉까지 4.4km.

대숲을 가로질러 돌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직도 나무들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했고

겨울나무 숲을 지나니 다리가 나왔습니다

계곡은 넓고 완만했으며 물은 평온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계속 물길이 따라왔고 바위들은 물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습니다.

다시 대숲을 지나고

계곡을 가로질러

다시 물을 만나고

물은 바위틈을 따라 사납게 흘렀지만

다시 너른 개울을 만나면 평온해졌습니다.

뿌리째 뽑힌 나무는 거꾸로 처박혀 치부를 드러내고  

아직도 잔설은 숲에서 평온해 보였습니다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짐승우리같은 곳에 들어가 담배를 피웠는데 흐르는 땀과 담배연기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향기로웠습니다.  

다시 길을 나서는데, 천왕봉까지는 2.0km 남았습니다. 중산리에서 걷는 것보다 자연 휴양림에서 걷는 것이 약 1km 짧은 거리입니다. 약 한 시간 단축되는 거리입니다. 

법계사 일주문입니다. 지난번에 들어가 보았기 때문에 곧장 청왕봉을 향해 걷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 바위는 사람 얼굴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다가갈 수 없는 몸은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산죽은 이파리가 아직 돋지 않은 숲에서 푸르렀고

닿을 수 없는 먼 산은 보랏빛으로 아득했습니다. 

산과 산으로 이어진 산맥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요?

지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꼬맹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앞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어른인 내가 쉴 수는 없었습니다. 

그 가족들을 스쳐 지나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바위 틈새로 흐르는 물은 고드름을 피워냅니다. 

개선문에 도착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개선문은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서도 나무는 제자리를 찾습니다 

저 멀리 천왕봉이 보입니다. 지금부터 800m 남았습니다.

남강 발원지 천왕샘 주변에도

나무 사이로 흐르는 물은 고드름을 만들어 내고

푸른 잎과 흰 고드름은 계절 속에서 부조화의 극치를 이룹니다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햇빛에 눈부셨고

떠나고 싶지 않은 고향처럼 바위에 들러붙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과 하늘은 공생관계에 있는 것처럼 항상 함께 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짓눌린 바위들은 언젠가 다시 솟아 오르겠다는 의지를 지닌 듯 단단하게 들러붙어 있습니다  

드디어 찬왕봉에 도착! 12시 58분. 정상에서 밥을 먹겠다고 참고 참았던 배고픔을 이제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된 곳. 천왕봉.

벌겋게 익은 얼굴로 기념 샷을 부탁했습니다.

천왕봉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들은

말로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되면 사랑이 흩어져 버릴 것 같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산은 산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장터목 대피소 쪽으로 향했습니다.

통천문을 빠져 나가는 곳에 얼음이 가득했습니다.

정상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아직 눈길이었고

겨울은 아직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길가에는 어느새 소원성취탑이 만들어져 있었고

만물상을 방불케하는 바위들은 나무들과 조화를 이뤄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제석봉의 고사목들은 많이 쓰러졌고 이제 몇 남지 않은 고사목들이 그 옛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숲이 되기 위하여 나무들은 제각각 자리를 차지하고 숲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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