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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흔적

2011.4.23 지리산 천왕봉

by 1004들꽃 2011. 4. 25.

내 젊은 날의?, 노년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세월. 젊다는 것과 늙었다는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남들이 흔히 사용하는 중년? 이것도 맞지 않다. 어쨌든 이도 저도 아닌 날에 산으로 떠난다. 의령문협 카페에 공지를 하고 그날 그 장소에 오는 사람만 모여 출발하면 된다. 산에는 많은 인원이 가는 것 보다 서너 명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정해진 여정을 시간에 맞게 조절할 수도 있고 대화를 해야 할 사람이 적기 때문에 홀가분하다. 산에서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말이 필요 없고 가끔씩 지나온 아득한 길을 되돌아보면 세밀한 길은 보이지 않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아늑하기까지 하다.
카페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예사랑, 슬비, 키스, 들꽃 이렇게 네 명이 떠났다. 산 아래에는 진달래가 피었지만 정상에는 하루 전에 내린 눈 때문에 온통 얼어 있었다. 눈꽃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눈꽃은 그 넓은 곳에 골고루 퍼져 장관을 이루었고 거센 바람에 후두둑 떨어진 눈꽃은 나무 아래서 뒹굴었다 . 거센 바람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고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바람과 비와 눈이 만들어 낸 장관은 상상을 초월했고 나뭇가지에 엉겨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눈꽃의 인내는 차라리 처량했다. 눈꽃이 핀 광경을 가져갈 수도 없고 사진으로 찍었으나 사진과 실물은 별개의 것으로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것이고 마음에만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