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다
몸은 썩어서 흙이 되는데 썩기도 전에 흙이 되어 버린 사람
나무통에 든 아버지는 아직도 따뜻하다
바람과 비와 가끔 눈, 얼음꽃 피었다 지고
움직이는 흙이었다가
디만 움직이지 않는 흙이 되어 가만히 누웠다
영혼이 떠나가 버린 자리에는 무심한 바람만 왔다가 가고
세월이 흐른 만큼 흙으로 돌아간 자리에도 다시 풀이 자라겠지
한평생 바라봐도 다 보지 못하고 곁에 두고 보는 사람
태우지 못한 사진 속에서 소리 없이 웃고 있는 사람
떠나도 떠난 것이 아닌 사람
뻥 뚫린 가슴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웅웅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