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by 1004들꽃 2020. 2. 24.




눈이 내리는 날이면
처음 만났던 곳에서 만나자
눈이 내리지 않더라도
우리 처음 만났던 곳에서 만나자
맨 처음 너를 만났을 때처럼
마른하늘에도 눈이 내려
너를 하얗게 덮어 주었으면 좋겠다


첫눈 내리는 날에는
우리 처음 만났던 곳에서
네가 오는 길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기다리고 있겠다
혹시나 마음이 변하여
다른 길로 갈까 싶어서
네가 오는 길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첫눈이 올 때는 네가 오지 않아도
언제까지나 네가 오지 않아도
너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면 어디에서도
너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내 마음에는 일 년 내내 첫눈이 내릴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첫눈이 내려야만 입김을 호호 불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눈을
마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첫눈이 내려도
기다릴 사람 없고
밤이 깊어도 찾아오는 사람 없어
눈이 내리는 날에는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다가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눈 내린 마당을 서성거린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풍  (0) 2020.03.06
화장  (0) 2020.03.05
백화점  (0) 2020.02.03
탈춤  (0) 2020.01.28
시간낭비  (0) 202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