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밤이 되면 화가가 되는 사람이 있다
세상 살기 싫은지
날마다 밤이 되면 술독이 된다
퍼 마실 수도 없는 술독
나눠 줄 수도 없는 술독
기다리는 사람 생각지도 않고
혼자만 냄새 피우며
혼자만 기분이 좋다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워 이토록 술을 마시는 것일까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좋아
고독한 짐승이 되려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어
담벼락에다 고독의 산물을 해결하기로 한다
담벼락에 기대어 추상화를 그린다
피카소보다 더한 추상화를 그린다
아침이 되면 사라져 버리는 그림은
화가의 기억 속에도 없다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혼자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사회가 필요 없는 자는 짐승이 아니면 신이 틀림없다. -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