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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시간의 흐름

by 1004들꽃 2020. 9. 11.

시간의 흐름


벽에 붙여놓은 알파벳 발음기호표를 가리키며 무엇인가 발음하는 아이를 보고 우리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면서부터 아이는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부모가 직장을 다니기 위해 아이는 왜 가는지도 모르고 서너 군데 학원에 맡겨지고(직장 일이 바쁘면 다섯 군데도 갈 수 있다) 교육을 받기만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고개들어보니 공부보다 게임을 더 잘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사람과 살아가는 것 보다 게임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방문을 잠그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누군가를 이기는 방법을 찾았고 모든 것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학원에 맡겼고
아이는 돈을 벌기 위해 부모를 요양원에 맡겼다
요양원에서 얼마간 지내다보면 정신이 멀쩡했던 사람이 몽롱해져서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성인이 다 된 아이는 요양원 비용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다보니 부모를 찾아볼 시간이 없다

 

아이는 사진 속에만 있고 사진만 들여다보는 사람은 요양병원에서 주는 뭔지 모를 약을 먹고 잠이 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요양원에서는 사람이 많아도 혼자다
요양원에서는 한 곳에 모여서도 각자 어딘지 모를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직장에 다니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에 보냈을까
학원비를 벌기 위해 직장에 다녔을까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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