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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먹는 일

by 1004들꽃 2020. 9. 9.

먹는 일

 

 

색깔 좋고 침 넘어가게 하는 것들
당장 눈앞에 있으니
뒤를 생각할 필요 없이 먹어치운다
숨 쉬기가 곤란한 것도 잠시
시간의 힘은 무한정이라
더 많이 먹어도 이내 잠잠해진다
이렇게 많이 먹는 경우를 처먹는다고들 하지
감당할 수 없도록 불어버린 몸을
어찌할 수 없어 포기해 버린다

 

닥치는 대로 먹어도 아프지도 않다
어디선가 아픔신이 내려와 끊임없는 식탐을 막아 주었으면

 

인생은 달고 짜고 시고 쓰다
통증인지 마비가 되었는지 모르고
입맛을 버렸다고 하지만
단 것을 먹고는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참 많이도 먹었다
그만 먹을 때도 됐는데
먹고 싶은 것이 병인지
먹고 싶지 않은 것이 병인지

 

위장병이라도 나서 속에 있는 것들 다 비웠으면 좋겠다
내 먹을 것도 다 나눠주면서 비워 나가는 것
가끔 매운 것으로 통증을 느끼며 정신 차려야지
버리고 버렸다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것
먹지도 못하고 눌어붙은 것들
다 긁어내면 홀가분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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