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바람에는 원래 소리가 없는데
귀를 스치며
나무를 스치며
옷자락을 스치며
제각각 소리를 만들어 낸다
나는 매일 바람에 몸을 맡기며
바람 소리를 낸다
앉았다 일어서면 입으로도
소리가 나고
뼈와 뼈 사이에서도 소리가 난다
절에 가지 않아도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람 소리가 난다
절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바람 소리를 들으러 간다
소리를 버리고 소리를 들으러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간다
절 마당까지 가는 동안
온 몸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생각해 본다
평생 들어 왔던 소리
외면했던 소리
모두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바람을 맞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