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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청부업자

by 1004들꽃 2010. 3. 24.

청부업자

 


눈에 보이지 않는 의뢰인이
모두의 곁에 서서
적당한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의뢰를 받은 그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든 일을 처리하고
현장을 떠난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
식물인간이 되어
가족들의 애를 태우는 사람들
모두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다
그는 결코 실수하지 않는다
다만 죄의 숫자보다
선행의 숫자가 많을 때는
마지막 순간을 눈감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성하지 못하여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어간다
그는 모두의 곁에 도사리고 앉아
의뢰인의 계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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