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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잊혀짐에 대하여

by 1004들꽃 2014. 1. 27.

잊혀짐에 대하여

 


언젠가 전화번호를 지우면서도
망설이지 않았을 때와 같이
그렇게 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문득 낯선 얼굴들이 많아질 때도
그들에게 내가 낯선 얼굴이 되었을 거라고
먼 하늘을 보며 웃었지
웃는 것만이 잊는 것은 아니라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물 흘리기도 했었지
잊은 척 모르는 척
나를 잊게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움직이지 않는 내 팔다리에 묻은 추억을 떨치며
하나씩 하나씩 벗어가는 것
손바닥을 촉촉이 적시던 초조함
등줄기를 휘감던 서늘함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순간들에 대하여
기억을 되살릴 그림자마저 사라져버리는
그런 잊혀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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