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잊지 말자고 하면서도 잊을까 두려웠던 세월
반세기 넘어도 잊지 못하는 기억하기도 싫은 그날
유월의 하늘 아래 풀잎은 저리도 싱그러운데
붉은 풀잎 사이로 사라져 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웃으며 집을 나서던 얼굴
꽃이 지고 바람이 불고 눈이 그쳤는데도 소식이 없는
아직도 그리운 그대 뒷모습
매일 기다리며 흘렸던 눈물은 심장을 가로질러
건널 수도 없는 붉은 강이 되었다
그날의 상흔은 날마다 희미해져 가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먼 하늘만 우두커니 바라다가
뒤돌아볼 새 없이 그냥 하루를 보낸다
돌아오지 못한 그리운 얼굴들은
무심한 세월에 묻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아직도 눈 덮인 들판을 떠돌고 있다
해마다 유월이 되면
돌아오지 못한 영혼을 부르는 눈물 젖은 사이렌
대답 없는 사랑을 부르는 소리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부르는 소리
햇살 가득 받아 찬란히 빛나는 비석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노랑나비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