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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by 1004들꽃 2009. 2. 24.

희뿌연 하늘에 한줄기 빛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고 있는 자의 모습.

그것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땔 수 없을 만큼 솔깃한 이야기들이 가슴을 적시게 한다. 그녀의 작품이 아니 그녀의 글 쓰는 타입이 나와 맞아서 그럴 것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작가는 “……다른 일도 아니고 글을 쓰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이토록 귀하게 여겨본 적이 또 있을 까 싶었다.……”라고 이야기 한다. 작가의 말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까지 가슴속에서 쉭 하는 바람 소리를 들어야 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메마른 감정만으로 살아온 나를 배신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뜨거운 그 무엇을 삼켜야만 했다.

소설속의 내용전개와 사형수의 불루노트가 함께 결론을 향하여 숨막히게 달려간다.

책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용서”라는 단어다. 우리는 얼마나 정직하게 살고 있는지. 우리는 사형수보다 더 큰 죄를 지었을지도 모르는데 사형수들은 안(교도소)에 있고 나는 밖에 있는 것이 왠지 모순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죽음 앞에서 숭고해지는 영혼들.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망각하고 있다.

“…… 그래서 예수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저들’이고, 심지어 우리가 ‘저들’인지 조차 모르는 것이니까.……”

극악무도하다고 생각했던 자들이 천사의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모든 것을 용서하며 자신까지도 용서하며 천사의 얼굴로 생을 마감하는, 그래서 그것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그 기적의 순간을 보는 신부의 모습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토록 괴로운 남자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하나가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도미노게임처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빨리 읽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질 것만 같은 소설이다.

꽃잎이 다 떨어져 버린 늦은 봄날이지만 따뜻한 햇살아래에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긴 고독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05.4.18 초판 발행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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