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것에 대하여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에서 정의라고 하는 것에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정의가 세상의 보편적인 정의여야 하는데
사실은 나만의 정의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성적인 성격을 타고난 사람으로
언제나 주변에 있고 싶어 했고
집에 손님이 오면 골방에 틀어박혀 손님이 갈 때까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고 꼼짝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어도 부모님께 부탁하지 않았고
차라리 없는 것으로 살아가는 것이 편했다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었고
내 자식에게도 공부하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멍청하게도
사람은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믿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고
내가 있음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피해 다녔다
주장을 하지 않았고 - 사실은 주장을 할 줄 몰랐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런 상황은 더욱 그들로부터 나를 격리되도록 했다
그렇게 보면 결혼이라는 사건은 기적에 틀림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구나 한 번의 기적은 찾아오는 모양이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영화관에 나가지 못했고
술 마시고 놀기에 바빠서 연락하지 못하는 등
결혼하지 못하고 멀어질 몇 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그녀와 결혼을 하고 말았으니
이건 기적 중의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무에서 무를 만나 관계가 지속되면서 일상이 되고
몸에 버릇으로 쌓여서 매일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
그것을 정의라고 해야 할까
옳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의 사람들은 매일을 살아가면서
가장 편한 방식을 만들어 내고
-우리는 흔히 그것을 버릇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옳은 것으로 치부하여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옳음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성적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성향이다
그럴수록 혼자 있게 되고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서 생활하게 된다
사람을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지만
요즈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어쩌면 사회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나 또한 실패한 사람 중의 하나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을 좋아하고
가끔 막걸리 한잔에 기분을 내는 삶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매일 사람을 만나고 뭔가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야 하고
마당에 푸성귀라도 심어야 하고
공장의 수위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삶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들 중 어떤 삶이 옳은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나를 보고
퇴직 후에 할 일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걱정 해주는 사람이 많다
모든 것이 자신만의 옳음에 비교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계속 질책한다
그것을 듣는 자녀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는 했을까
아무 간섭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자기만의 기준에 자녀를 가두는 것은 더한 문제가 아닐까
옳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