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미세먼지가 많이 옅어졌다
구름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미세먼지에만 관심을 가져서인지
꽃이 핀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꽃이 피기는 했지만 꽃이 화사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목련은 아직 꽃을 열지 않았지만
간밤에 영하로 내려간 기온에 얼었는지
군데군데 갈색 빛을 띠면서 초라한 모습으로 달려있다
목련은 항상 꽃이 얼게 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 한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목련은
진화를 포기한 것처럼 계속 그 시기에 피우고 있다
꽃샘추위가 지난 4월부터 핀다면
꽃이 어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화사한 백색의 꽃등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에서 질 것을 알면서도 나오는 것과 같이
- 아는지 모르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꼭 될 것이라는 확신은
이번에는 꼭 얼지 않고
화사한 꽃을 피워낼 것이라는 결심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련은 꽃샘추위에 얼고 만다
비록 선거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다
소위 윗선에서 지시를 하면
안 되는 것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해보겠다고 하고 결국 실패하고 만다
실패도 업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실패의 대가는 경제살리기로 대체해버리고 만다
그만큼 지역에 돈이 풀렸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고 보면 살아가는 일들이 실패가 아닌 것이 별로 없다
한 번 엎질러 놓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많다
사람들의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바둑이나 장기 같은 오락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 된다
한 판이 끝나면 이기든 지든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 한다
결과는 머릿속에 숫자로만 남아 있을 뿐 형체는 없다
바둑판은 비어 있고 바둑알은 통에 들어 있다
빈 바둑판의 모습은 아름답다
가로 19줄 세로 19줄을 겹쳐서
가로 18칸 세로 18칸을 만들어 내고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점은 361개다
돌을 놓은 위치에 따라 상대방의 돌 놓은 위치는 달라진다
변화무쌍한 바둑판의 모습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말도 달라진다
그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을 견디어 일 년을 보낸다
바둑처럼 상대에 따라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처세술
목련처럼 얼어 죽을 줄 알면서도 기어이 꽃을 피워버리는 고집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이 이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지어낸 것도
실패가 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아닌가
<내려 올 건데 뭐 하러 산에 가느냐>는 말은
<술은 깰 텐데 뭐 하러 마시느냐>는 말로 받아칠 수 있을까
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