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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미세먼지

by 1004들꽃 2019. 3. 7.


몇 날 며칠째 미세먼지로 인해 하늘이 뿌옇다
이제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럴 바에야 매일 비가 왔으면 좋겠다
이제 조금 있으면
황사 꽃가루 미세먼지가 범벅이 되어
온 나라가 희미해질 것이다
무엇이든 선명하게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쩌면 선명하지 않아서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선명해지면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일탈의 즐거움을 빼앗길지 모른다
지나가다가 더러운 것을 보았을 때
침을 뱉는 일
단물 빠진 껌을 차창 밖으로 뱉어 버리는 일
바로 일탈의 즐거움인 것이다
사람의 모든 일상을 누군가가 감시한다고 생각하면
감옥에 갇힌 것처럼 꼼짝할 수 없다
말과 말이 어지럽게 춤추는 세상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사실인지 알 수가 없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더 어지러운 세상이어서
미세먼지조차 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부옇게 물든 세상을 보며
살아가면서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다시 다가오고
꽃가루 때문에 투덜거렸던 날들은
5월이 되면 모두 잊어버린다
비를 기다리가도 장마철이 되면
언제 장마가 지나갈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세월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매일 싸우는 일이 뉴스가 되고
화해도 없이 지나가고 잊히게 된다
말없이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 있다
어쩌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세먼지 때문에 못살 것 같은데도
미세먼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는 것이고
살다보면 언젠가 미세먼지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미세먼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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