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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88

by 1004들꽃 2018. 1. 21.


시 88


긴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문득 집이 낯설어 질 때가 있다
내 얼굴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책상에 앉아서도
처음 앉아보는 것처럼 어색하기까지 하다
내가 없는데도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을 보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연애를 해야 할까
아내가 나를 받아주기는 할까
아이들도 나를 보기가 부끄러운 모양이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
내가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다큰 애들은 자기방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여행을 떠나야 겠다
컴퓨터를 켜고
컴퓨터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도 없고
아내도 없고
친구도 없는
긴 여행을 떠난다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나무 위에서 몇날 며칠을 살 수도 있다
기억을 소환하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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