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85

by 1004들꽃 2018. 1. 12.


시 85


대문을 나설 때는
배낭을 지고 나서야 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빈 배낭을 지고 나서야 한다
배가 고파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떄
더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서
고픔을 채워야 한다
고픔을 채우고 나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욕
심장을 찔러 들어오는 비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비루함도
견뎌낼 수 있다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잠시 배낭에 넣어두기로 한다
배낭이 채워지면 산으로 가서
하나씩 버리다보면
가벼워진 어깨를 느낄 수 있다
버리지 못했던 것 버리는 일이
머리를 맑게 하는 방법이다
시에서 불필요한 조사를 털어내듯
진작 버리지 못했던 후회도 버리고
돌아가고 싶은 청춘도 버리고나면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처럼
맑고 투명해질 수 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87  (0) 2018.01.18
시 86  (0) 2018.01.18
시 84  (0) 2018.01.08
시 83  (0) 2018.01.04
시 82  (0) 2017.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