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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67

by 1004들꽃 2017. 11. 23.


시 67


가끔 정처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틀만 고집해 오면서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해 버렸다
휘적휘적 거리를 걸으며
정처 없는 것들에 눈길을 주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욱
나를 지탱해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시를 쓰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생각을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고
일상에서 벗어나
정처 없어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처 없이 길을 가다보면
길옆에 아무렇게나 피어 난 풀꽃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작은 새
푸른 하늘의 구름까지도
새롭게 보인다
며칠 동안 아내가 집을 비웠을 때
다가오는 그 쓸쓸함이란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다가와
정처 없어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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