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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64

by 1004들꽃 2017. 11. 13.


시 64


착각하며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누군가로부터
내가 모르는 나를 들었을 때
당황했던 기억
타인보다 내가 더 나를 모르고
내 아픔보다
타인의 아픔에 더 괴로워했던 일이
사치스러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나를 알기 위해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내가 모르는 나를 컴퓨터가 알려 주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컴퓨터가 대신한다
사람들은 이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나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며
아팠던 기억
슬퍼했던 일들을
구름의 형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점점 자세하게 뚜렷하게
나를 느끼게 하는 상상력
그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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